베네수엘라의 몰락

공짜 점심은 없다. 산타클로스는 없고, 이빨요정도 없다. 정부가 공짜로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는 공짜점심 역시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이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이다. 프리드먼은 정부는 도둑과 같기 때문에 정부개입은 줄이는 것이 옳다며, 정부의 시장개입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시카고학파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프리드먼이 주장한 정부의 역할은 법, 질서, 안전 유지, 사유재산 보장, 시장경쟁 촉진, 장애인 및 노약자 보호 등의 최소한적인 것만을 주장했다.
1960년대까지 케인스와 반대되는 프리드먼의 주장은 배격당했다. 하지만 실증적 증거를 토대로 세계경제 흐름을 시장 중심으로 되돌린 프리드먼은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경제자문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는 정부지출 증가율 감소, 규제 완화,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통해 물가안정, 실업률 하락, 안정적 경제성률을 기록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생산량은 고정적인데 화폐공급이 계속 증가하면 물가는 상승한다는 화폐수량설을 주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필립스곡선을 반박하였다. 통화공급이 증가되면, 총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노동공급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실업률이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다시 실업률은 증가되고,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이는 베네수엘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1위 석유 매장량을 가진 국가이지만,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나라이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GDP 성장률이 -10%정도이며, 인플레이션 역시 2349%나 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베네수엘라는 몰락했을까? 원유가격의 하락은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다. 바로 과도한 복지 확대로 인한 결과이다. 베네수엘라는 1950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4위였으나, 베탕쿠르가 군부독재자를 밀어내고 정권을 차지하면서 3권 분립의 민주주의 시대가 개막하게 되었다. 베탕쿠르는 무료 교육, 공공서비스 등 이상적인 복지 국가를 염원하면서 석유산업의 국유화를 꿈꿔왔는데, 이는 페레스 정권에 의해 실현이 되었고, 복지 프로그램이 확대되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국가 복지에 의존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실질적 부의 창출이 감소하게 되었고, 국가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시민사회와 민간경제부문 기능까지 흡수하게 되었다. 그리고 석유 산업은 지배 계층 정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정치인과 관료들은 정파적 이익에 따라 기업을 규제하고 감시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980년대 초 유가 하락으로 위기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대외채무 상환위기에 몰리자 베네수엘라는 1983년 10월 볼리바르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면서 볼리바르화의 가치는 폭락하게 되었고, 이후 극심한 물가고를 겪게 되었다.
재집권에 성공한 페레스는 국영기업 민영화, 탈규제, 보조금 및 사회복지 프로그램 축소, 금리 인상, 관세 철폐 등의 정책을 펼쳤지만, 갑작스런 긴축 정책으로 부작용이 속출하였고, 석유산업 민영화로 인해 국내 석유가격이 2배나 급등하게 되었다.
이후 차베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과거 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지속하게 된다. 의료, 교육, 사회복지 지출 확대, 보조금 남발 및 가격 통제를 실행하였고, 필요한 지출은 국가 소유의 석유회사 수입으로 해결을 하게 되었다. 200년대에는 고유가 덕택에 호사를 누렸지만 유가 급락 이후 재정이 파탄나게 되었다. 이렇듯 베네수엘라의 몰락을 통해 불균형 경제의 위험성과 자기 책임의 원칙에 대해 교훈을 얻을 수가 있다. 국가가 제 역할을 하고 개인이 책임을 다할 때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
프리드먼은 이후 통화주의 학파를 형성하게 되었고, 각국 중앙은행이 엄격한 준칙에 의해 통화정책을 실시하도록 통화정책 수립에 기여를 하였다. 그리고 그는 세상 속으로 다가간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공공정책 중 징병제 폐지, 의료면허제 폐지, 자유변동환율제도, 학교 교육의 민영화 등을 주장하면서 연구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실천하였다. 그리고 다수의 책을 저술하고, 칼럼을 연재하고, TV 시리즈를 제작 하는 등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프리드먼 처럼 개선책을 고민하고 노력하는 태도가 한계를 넘어 세상을 변화기키는 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