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론] 플라자 합의 직후 타격이 없었던 일본 경제

제1차 오일쇼크 이후에도 일본경제는 선진국 중에서도 평균 4%라는 높은 수준의 성장률과 2.5%라는 낮은 실업률을 유지했고, 70년대까지 경제성장을 억누르던 경상수지는 큰 폭으로 흑자기조로 돌아서게 되었고, 외화보유도 충분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는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의 필수소비재의 수출이 크게 증가한 한편, 석유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수입액 감소가 있었다. 한편, 단카이세대(전후 1947~49년에 태어난 사람들, 제1차베이비붐)가 장년층이 되면서 소득수준이 증가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가계의 저축이 크게 증가하면서, 기업의 왕성한 투자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 국내의 투자수요를 뛰어넘는 수준의 저축은 일본기업의 본격적인 해외진출로 이어졌고, 일본기업의 해외기업매수와 해와공장신설 등의 직접투자의 자원이 되었다.

미국정부가 1971년 금태환을 정지한다고 선언(닉슨쇼크)한 것을 계기로 일본은 1971년 1달러에 360엔으로 고정되어있던 고정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변경하게 되었다. 이후 엔화의 가치는 상승하기 시작했고, 달러의 가치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엔달러 환율은 1달러 308엔을 걸쳐 약 250엔 수준으로 안정이 되면서 미일간 무역수지의 불균형은 확대하게 되었다. 이로인해 경상수지적자가 크게 증가한 미국은 경상흑자대국이 된 일본과 서독 간에 국제수지의 불균형을 조절하기 위해 1985년 일본과 독일의 통화를 절상시키고, 미국 달러를 절하시킨다는 플라자합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국제적인 자금이동의 규모는 이미 통화당국이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게 되었고, 일본 엔화는 당초 계획보다 더 높게 가치가 상승하게 되었는데, 직전 환율수준의 2배에 가까운 1달러 125엔 수준으로 엔화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었다.

1985년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왼쪽부터 서독 재무장관 게하르트 스톨텐버그, 프랑스 재무장관 피에르 베레고부아, 미국 재무장관 제임스 베이커, 영국 재무장관 나이절 로슨, 일본 재무장관 노보루 다케시타

하지만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미일간의 무역수지의 불균형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엔고에 의한 달러화 표시의 수출가격은 높아지고 수출수량의 감소는 서서히 발생하였다. 이렇듯 엔고 상황이 장기적으로 일본의 수출수량을 억제하고 수입수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는 4가지 요인에 의해 부분적으로 상쇄되는 일이 발생했다.

첫 번째 요인은 엔화가 상승함에 따라 수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일본기업이 막은 것이다. 해외시장의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적인 이익을 희생하겠다는 장기적인 시장전략으로 인해 일본기업은 달러 표시 가격을 떨어뜨렸고, 달러 표시 가격 상승분은 당시 엔화 상승분의 절반 정도로 억제되었다. 두 번째 요인은 엔고 상황에 의한 수출량 감소는 이에 뒤따르는 국내생산활동의 저하로 인한 원자재와 연료 수입을 억제하게 되었고, 이는 무역수지 악화를 부분적으로 상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세 번째 요인은 일본기업이 엔고로 인해 달러 표시 가격을 높이는 상황 속에서 경쟁상대였던 미국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높여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전략 대신에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제품가격도 같이 높이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수출수량의 감소폭은 예상보다 작고 오히려 제품가격 상승으로 수출액 자체가 증가하면서 대미무역흑자폭은 오히려 확대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엔고에 의한 수입 가격 하락과 석유 가격 하락으로 인해 일본의 국내시장에서도 엔고에 의한 경기 억제 효과가 예상보다 미미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국내기업의 이익률은 높아졌고, 가격이 이전보다 싸지게 된 수입 상품의 수요가 증가되었다.

이렇듯 결과적으로 엔고 상황과 석유 가격 하락에 의한 수출액 감소가 일본의 실질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경미한 수준이었고, 오히려 경제불황을 막으려고했었던 일본정부의 과도한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으로 인해 풍부해진 자금들이 이후 일본의 버블 경제를 만들어버린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고, 이후 버블 붕괴와 일본의 장기경제침체를 불러온 요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