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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통해 읽은 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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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국내도서
저자 : 조지 오웰(George Orwell) / 도정일역
출판 : 민음사 199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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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대해서 서술하기 전에 조지 오웰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조지 오웰은 종군기자로써 스페인전에 참가한 경력이 있다. 그리고 후에 실제로 총을 잡았지만, 헤밍웨이나 케파가 취재를 한 코민테른의 지배하에 있던 국제 여단은 아니고, 아나키스트 세력에 참가한 것 같다. 스페인 공화국의 상층부에는 스탈리주의자를 축으로 관료적인 체계가 반복되고 있었다. 조지 오웰은 주류파로부터 트로츠키스트의 낙인이 찍혀 체포됐다고 한다. 이 당시 스페인에서 스탈린주의자를 중심으로 한 조직에 열광하는 기만을 본 것이 바로 동물농장의 집필 이유이다.

동물농장의 줄거리를 요약하지면, 어느 밤, 존스의 농장에서 메이저 영감이 신기한 꿈을 꿨고, 그것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며 동물들을 모았다. 메이저 영감은 인간들만큼 비생산적이며, 우리를 부려먹을 뿐이라고 말한다[1]. 메이저는 언젠가 반란의 때가 올 거라며 말하며, 잉글랜드의 짐승이라는 혁명과 자유의 노래를 부른다[2].

이윽고 우연한 계기로 반란을 일으킨 동물들은 존스를 농장에서 내쫓아버리게 된다. 모두 자유롭고 평등하고, 함께 의논하고 결정해 가는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어 갈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칠계명을 통해 동물주의를 실현하는 데에 힘썼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리더십을 끄집어내는 두 마리 돼지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스노우볼과 나폴레옹이다. 이 두 돼지는 매우 똑똑하기에 메이저 영감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정리하여 모두에게 가르치게 된다.

하지만 두 돼지의 대립[3]이 깊어져 가, 풍차를 건설하려는 스노우볼을 나폴레옹이 추방을 하게 되고, 이후 나폴레옹은 지도자 자리에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스노우볼을 축출한 나폴레옹은 풍차 건설 계획은 자신이 낸 아이디어인데, 스노우볼이 이를 가로챈 것이라며, 풍차 건설을 진행하게 된다.

이후 동물들은 풍차 건설[4]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괴로운 나날들이 펼쳐지게 되고. 식량도 부족해지지만, 돼지들[5]만은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게 된다[6]. 하지만 스퀼러는 농장의 생산량이 매우 올라가고 있으며, 돼지들은 지적 노동을 하는 것이라며 선동을 하게 되고 동물들은 이에 속아 넘어가게 된다.

반면 복서는 나폴레옹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그들이 보장해줄 안락한 미래를 꿈꾸며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지만, 정년 이후에도 일을 무리하게 한 복서는 결국 병을 얻게 된다. 나폴레옹은 복서를 치료해 준다며 동물들에게 설명했지만, 글을 읽을 줄 알던 벤자민만이 복서가 도살장으로 가는 것을 알고 처음으로 분노하게 되기도 한다.

칠계명은 돼지들에 의해 하나, 둘 어겨지고, 변질되어 간다. 돼지들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옷을 입으며, 인간들과 술을 마시고, 심지어 두발로 걷기까지 했다[7].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고 했던 마지막 동물규칙까지 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라는 문구가 추가되면서 인간이 지배하던 시절의 농장과 더 이상 다를 바가 없게 된다. 동물들은 누가 돼지이고 누가 인간인지 더 이상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8][9].

그러면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에 대해 한 번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은 돼지인데, 연설은 잘 못해도 정치적 사전 공작에 매우 능하고 교활하다. 그렇기에 후에 동물농장의 독재자가 될 수 있다. 당연히 나폴레옹의 모델은 이오시프 비싸리오노비치 스탈린이다.

스노우볼 역시 돼지인데, 한때는 주도권을 쥐고 풍차건설 계획과 농장 전철화 계획을 추진[10]하지만, 나폴레옹에 의해 추방되어 반역자로 여겨진다. 나폴레옹의 정책의 실패는 스노우볼에 의한 파괴공작에 의한 것으로 여겨져, 나폴레옹에 의한 통치에 반항하는 자는 스노우볼의 일파라고 자백을 강요당하는 등, 그야말로 눈사람처럼 제악의 근원으로서의 허상이 부풀러 오른다. 모델은 소비에트 연방의 마르크스주의 사상가인 레프 트로츠키이다.

메이저 영감[11] 역시 돼지인데, 모든 동물의 평등과 자유를 일컫는 동물주의를 주장하지만, 혁명 직전에 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모델은 러시아 혁명을 지도하고 소비에트 연방 초대 지도자가 된 블라디미르 레닌이다.

스퀼러 역시 돼지로, 대단한 웅변가이다. 선전에 매우 능하며, 동물농장의 동물들이 나폴레옹에게 충성하도록 진실을 조작하면서까지 선전을 하는, 나폴레옹의 오른팔이라 할 수가 있다. 모델은 요시프 스탈린의 충신인 뱌체슬라프 몰로토프이다.

복서는 멍청하지만 우직하고 순수하게 동물주의의 이상을 믿고 있는 말이다. 다른 동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으며, 나폴레옹도 눈에 여겨두고 있다. 항상 내가 더 일하면 된다!’라고 말하며 성실하게 일하는 자[12]. 그러나 고령과 중노동 때문에 체력이 떨어져 다리를 다치고, 마육업자에게 팔리고 말았다. 미하일 투하체프스키를 비롯한 적군장교 혹은 알렉산드로 알렉세이 스타하노프로 대표되는 노동영웅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프롤레탈리아가 모델이라는 의견이다.

벤자민은 농장에서 제일 지적인 동물이며, 나이가 많은 당나귀이다. 돼지들을 제외한 동물들 중에서 글을 능숙하게 읽은 수 있는 몇 안되는 존재로, 혁명에 대해 신랄한 태도를 취하지만 정작 이에 대해서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는 않는다[13]. 모든 소동의 전말을 그 누구보다도 예리하게 파악하고 있으나, 상황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나중에 유일한 친구였던 복서가 팔려가는 모습을 보았을 땡[는 분노하여 동물들과 함께 복서를 구출하기 위해 마차를 쫓아가긴 했지만,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행동이었다. 모델은 비판을 포기하고 현실 도피를 하는 문약한 지식인들 혹은 소련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이다.

모제스는 사탕이 가득 있는 천국의 존재와 유토피아 신화, 도시전설을 얘기하며 곤궁한 동물들에게 희망을 주지만, 현상 타파의 의욕도 줄어들어 스노우볼과 나폴레옹 등으로부터 계속 외면당하고 있다. 모델은 러시아 정교회와 그 신부들이라 할 수 있다.

아홉 마리의 개는 나폴레옹이 은밀하게 키운 개의 한 무리로, 나폴레옹에 충성하는 존재이다. 주로 적대적인 동물들을 숙청하는 역할을 한다. 모델은 소련의 정보기관이자 정치경찰인 NKVD라고 할 수 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사회주의의 가죽을 쓴 파시즘의 기만을 따지는 작품이다. 동물들이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기 위해 농장에서 인간들을 추방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간을 추방한 후의 동물농장은 그들이 꿈꾸던 이상향은 되지 않고, 교활한 일부의 동물에 의한 독재 아래에서 파시즘 국가가 되어 간다[14]. 독재자인 돼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이상을 비틀어 버린다[15]. 그때의 연설은 정말 우스꽝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그런 독재자의 주장이 사사건건 만연하다. 그가 활개칠 수 있던 이유는 다른 동물들의 무식함이나 병사들에 의한 공갈때문이다. 독재자의 말투가 묘사될 때마다 독재자의 탐욕과 교활함이 드러난다. 동시에 독재를 허용해 버리는 다른 동물들의 어리석음과 무력함이 부각된다. 독재자인 돼지의 말투도 우스꽝스러운데 그걸 받아들여 버리는 다른 동물들의 모습도 우스꽝스럽다. 반복되는 묘사는 계속해서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스탈린을 광신적으로 따르는 대중과 선전대가 모델인 양들[16]이 매우 인상이 깊었다. 자기 주장없이 오직 나폴레옹에게 복종하는 이들은 정확히는 그 중에서도 정치선전에 앞장서는 이들에 더 가까울 지 모른다. 내용도 잘 모르는데, 프로파간다를 외치는 양들은 돼지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문구를 바꿔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양들은 이들에게 교육되면 지금까지 그렇게 외치던 문구를 다른 문구로 바꾸어 외치게 된다.

이러한 양들의 모습은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다. 특히 SNS 사회에서 더욱 그런 것 같다. SNS에 어떠한 이야기가 나오면 상황을 잘 모르는 이들도 게시글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말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원래의 발언자가 의도하지 않은 내용으로 변질되고 정리되어, 인기 게시글이 되어버리고, 이후에는 왜곡된 주장이 공용화 되는 흐름을 흔히 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나서 이러한 잘못된 세상이 펼쳐지는 것은 위선자들이라고도 볼 수 있는 돼지들만의 잘못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상은 달랐지만, 그 양상은 비슷했던 나치 독일의 선전 장관인 요제프 괴벨스의 문구가 더욱 책을 읽고 나서 와닿게 되었다. 영화 몰락에서 등장하는 대사인데, 괴벨스는 패망 직전 선전부 직원들과의 마지막 회의에서 나는 국민들을 동정하지 않아. 다시 말하지. 난 그들을 동정하지 않는다고! 이것은 그들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고. 그래, 어떤 사람들에겐 충격적인 이야기지. 근데 착각은 하지 마. 우리는 한 번도 그들에게 강요한 적이 없어. 그들이 그들 스스로 우릴 뽑은 거라고. 그리고 이제 대가로 그들은 작은 목은 따여지고 있지.’라고 하였다.

이렇듯 나폴레옹과 같은 돼지들이 나올 수 있고, 동물농장이 지옥과 같이 변해 가버리는 이유는 지도자 혹은 정치인들 보다는 그 국민들 스스로가 세상에 무지함을 깨닫지 않으려 하고, 외면만을 하려고 하며, 자신들의 주장과 생각 없이 그저 복종만을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이는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자본가는 자본주의 구조에 편입돼 노동자를 혹사시킨다. 자본가가 잉여가치를 발생시켜서 차지하는 착취만에 더욱 집착을 하기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라는 내용과 유사한 것 같다.

[2] 마르크스가 얘기한 정반합 논리로, 봉건제적인 농장(자본주의)은 망하고 동물혁명(폭력혁명)과 동물(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거쳐 계급이 없는 이상사회가 건설될 것이라 본 과정과 같다. ()은 동물들은 착취하는 존스의 농장이고, ()은 동물주의를 꿈꾸는 동물들과의 갈등을, ()은 동물혁명으로 탄생하는 동물농장과 일치한다.

[3] 마르크스 이론의 허점 중 하나인 이상사회에서는 갈등이 없을 수 없다라는 상황이 발생한 것과 유사하다. 모든 테제는 안티테제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킨다는 마르크스의 변증법은 혁명 이후 적용이 불가하다.

[4] 마르크스가 주장한 자본주의는 자체 모순에 의해 붕괴되고 고도의 생산력을 바탕으로 사회주의 체제가 성립한다고 주장한 것처럼, 풍차는 고도의 생산력을 위한 발전의 일종이다.

[5] 돼지들은 소련의 볼셰비키와 유사한데, 마르크스가 말한 사회적 조건인 모두가 평등한 민주주의가 전제되지 못하고, 볼셰비키의 독채처럼 돼지들의 독재로 이어져 동물주의가 실패한 이유이기도 하다.

[6] 홉스는 제국주의 이론에서 제국주의를 막으려면 정부가 부의 재분배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반대로 흘러가 동물농장에는 제국주의가 더욱 확산되고 동물들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되는 이유이다.

[7] 자본주의의 단점이 자본주의의 풍요가 극소수에게만 돌아가며 양극화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동물농장에서 역시 자본주의의 단점이 반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8]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단계를 생략하고 정치 권력만으로 수립된 사회주의 국가는 모두 붕괴된다고 예상한 것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되었다.

[9] 카우츠키가 소련은 마르크스와 무관한 사회, 결국 자본주의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동물들 역시 동물농장이 만들어지기 전 인간들과 구분이 안되는 결과를 만들고 존스의 농장 때로 돌아가버리게 되었다.

[10] 마르크스가 더 나은 이상국가를 위해 경제적 풍요를 더욱 발전을 시켜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를 실천한 인물이라 볼 수 있다.

[11]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한 레닌의 삶과 유사하다.

[12] 동물들 중에서 가장 마르크스가 얘기한 통합적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사람에 가깝다. 타인을 위한 노동이 아닌 우리를 위한 노동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사회적 영역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13] 카이사르가 불편한 진실을 직시한 자만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말을 하였으나, 불편한 진실을 직시했으나, 소극적인 행동은 미래를 열지 못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4] 이러한 이유는 자본주의 단계를 생략하고 정치 권력만으로 수립된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동물농장의 배경이 된 소련처럼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과정이 생략되었으며, 정치적으로는 의회민주주의가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15] 동물주의가 실패한 이유는 의지와 현실이 일치하지 않았기때문이다. 의지와 현실을 일치시키기위해서는 범선으로 바다를 건너려면(의지) 바람(현실)를 다스려야 하는 것처럼, 의지와 현실을 일치시키는 수단인 돛과 같은 경제제도가 필요하다.

[16] 사이사르가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 본다라고 말한 것이 양들에게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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